중국 이야기 3 - 만만디는 저리 가라!
중국 이야기 3 - 만만디는 저리 가라!
상하이는 중국 근대 역사로 볼 때 가슴 아픈 도시라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기 전 일본에게 갖은 협박과 착취를 당했듯이 중국도 근대에 들어와 우리랑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거든요. 이천 년 이상을 세계의 중심, 동아시아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던 중국은 근대로 접어들면서 바람 앞의 등불 마냥 끝없이 흔들리는 신세가 돼 버렸어요.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는 중국 겨레의 자존심은 서구 열강과 일본의 강력한 힘 앞에 맥없이 무릎 꿇고 말았지요. 그 결과 한국처럼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일본과 러시아,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같은 서구 열강들에게 식민지나 다름없는 반식민지가 돼 버렸어요. 이런 중국 근대사의 아픈 흔적이 지금도 뼈저리게 남아있는 곳, 그 곳이 바로 상하이에요! 상하이에는 우리 겨레로서도 뼈아픈 곳이지요.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때 다시 나라를 되찾겠다고 머나먼 중국 땅에 세운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가 이 곳 상하이에 있으니까요! 아무튼 근대로 접어들면서 서구 열강들이 제 맘대로 상하이 땅을 차지하고 지은 건물들이 지금도 즐비한 곳이 오늘날 상하이에요. 다음 호에는 이런 상하이의 아픔을 찾아 떠날 거예요. 대신 이번 호에는 근현대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중국 사람의 굳센 뜻이 담긴 ‘동팡밍주’부터 찾을 참이에요. 그럼 지난 호에 이어 상하이를 다시 둘러볼게요!
지난 호에 살펴본 상하이박물관은 런민(인민)광장에 있어요. 런민광장은 상하이 중심지에 있는데,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해요. 이 곳에서는 중국이 더럽고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어요. 사실 중국에 사는 분들이나 중국을 십여 년 동안 꾸준히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올림픽 경기를 유치하기로 결정된 뒤로부터 하루가 다르게 도시들이 바뀌고 있다고 해요. 이런 말은 중국의 큰 도시를 가면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지요. 불과 3, 4년 전만 해도 도시를 걷노라면 도저히 길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포장도 안 돼 있고, 길도 너무 더럽고 불결해 발을 내딛기가 두려웠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여행을 해 보니 나그네임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바뀌는 모습을 쉬이 느낄 수 있었어요. 도시마다 새로 건물을 짓는다, 길을 닦는다, 운동장과 체육관 시설을 짓는다 하여 먼지가 뒤범벅되도록 날렸지만, 그 덕인가 뒷골목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지요. 그래서 드물게 뒷골목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 곳을 걸어보면 예전 중국 모습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요. 길에 빨래를 함께 내걸고, 먼지투성이에, 쓰레기며 휴지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곳에서 의자를 놓고는 둘러앉아 같이 밥을 먹는다는 거였지요. 아마 지금 우리 같으면 아무도 그런 곳에서 먹으려고 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곰곰 돌이켜보니 그 모습이 불과 2, 30년 전 우리 모습이었음을 느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어요. 그래 ‘아, 자본주의 발전 곧 경제 성장은 어디서나 똑같은 과정을 밟는구나.’ 싶어 한편 씁쓰레한 마음을 떨쳐 버리기 힘들었지요. 아무튼 날이 갈수록 뒷골목, 빈민가, 달동네가 중국에서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어 멀지 않은 장래에 중국을 찾는 사람은 앞서 말한 풍경이 거짓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싶어요. 달동네나 빈민가를 헐고 아파트를 새로 짓는 풍경은 일찍이 우리가 봐온 모습이지요. 이제 중국도 그 흐름에 나섰으니 사람 사는 건 어디를 가나 다 마찬가진가 봐요. 이 참에 우리도 다시 우리를 차분히 되돌아보고, 우리 또한 더 깨끗하고 밝은 도시를 가꾸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어요. 아울러 우리를 본받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며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를 보면서 우리도 다시 한 번 허리춤을 매어야겠다, 마음가짐을 새로이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이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엄청난 대국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이 예전에 비해 길도 깨끗해지고, 높은 건물도 많이 생기고, 차츰 우리를 따라오고, 어떤 것은 앞서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길은 옳은지, 그 길의 종착역은 어디인지, 이대로 가는 게 맞는지’ 따위에 대해 잠시 골치를 썩혔지요.
어쨌건 런민광장이 생각보다 깨끗했고, 청소하는 분들이 하나둘 떨어진 쓰레기나 휴지를 치우는 것을 보고 있으니 우리네 공원 풍경이랑 그다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차츰 머리를 떠날 즈음 런민공원에도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지요. 그래 서둘러 한선생과 더불어 다음 갈 곳을 정하기로 했어요. 아, 본디 여행이란 미리 충분히 계획을 세우고, 사전 정보를 확실히 가진 뒤 경비랑 숙소 따위를 꼼꼼하게 따져본 다음 떠나야 하지만 배낭여행을 주로 하는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그냥 불쑥 떠나는 거예요. 잠자리도 없이, 가야할 곳도 없이 말예요. 이렇게 떠나면 시간 낭비나 돈 낭비는 제법 있지만 대신 현지에서 그 곳 사람들과 부대끼며 정보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한(!) 면은 좀 있지요. 결국 재미는 있는데, 몸과 마음 고생은 심하다 이 말이죠, 뭐. 하하하. 우스개로 한 소리고요, 여행을 떠날 땐 미리 여행을 떠날 곳과 여행을 떠나는 목적, 그에 따른 일정을 정말로 꼼꼼히 하고 떠나야 해요. 안 그러면 현지에서 큰 코 다치기 십상이에요! 명심하세요!
잠시 다른 길로 샜네요. 어쨌거나 런민광장에 앉아 다음 갈 곳으로 상하이수족관을 골랐어요. 왜냐하면 가까운 곳에 동팡밍주가 있었으니까요! 안내한 여행 책자에 따르면 저녁때까지 문을 열긴 하는데 동팡밍주보다 문 닫는 시간이 일러 그렇게 하도록 한 거지요. 과연 상하이의 수족관은 어떻게 돼 있을까? 중국 사람들의 어류 전시관의 전시 솜씨는 어떨까 속으로 기대하면서 런민광장을 떠났어요.
* 상하이수족관. 아이랑 같이 한번쯤 들러서 구경할 만한 곳이에요. 2005년 당시만 해도 코엑스 아쿠아리움 못지 않았으니까요! ^*^
런민광장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상하이수족관으로 가기로 했으므로 지하철로 내려갔지요. 상하이에는 지하철이 모두 셋 있는데 2호선, 3호선은 새로 지은 탓인지 깨끗한 편이에요. 타는 곳은 우리랑 다를 게 없고요, 다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데 비해 안전벽이 없어 불안한 감은 있지요. 그런 우리도 마찬가지지요. 부산의 3호선은 일본 교토의 지하철처럼 안전벽이 확실하게 돼 있어 자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도록 돼 있잖아요? 하루 빨리 우리나라 지하철 모두가 안전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건 중국도 똑같지요! 지하철 표는 판매소에서 파는데 자동판매기는 주로 고장이에요. 그래서 자동판매기는 있으나마나라 언제나 표를 살 때는 창구에 길게 줄서야 했어요. 가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다르므로 창구 직원에게 가는 곳을 말하거나 가는 곳까지의 돈을 지하철 노선도에 나와 있는 요금대로 넣어주면 직원이 지하철 카드를 주는 식이에요. 물론, 우리는 영문표기를 보고 가는 곳을 말했지만 발음이 워낙 좋은(?) 탓에 중국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더군요. 뒤에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중국말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배운 사람들의 발음이 현지에서 잘 통하지 않아 중국에서 새로 배우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아, 저희야 중국말 공부를 하지 않고 갔으니 중국말 솜씨가 어느 정도인지는 상상에 맡기죠, 뭐. ^*^;;
노선은 아주 쉬워요. 노선이 셋 뿐인데 그나마 하나는 지선 개념이에요. 그러니 1호선과 2호선은 런민공원에서 갈아타면 되고, 3호선은 2호선의 한 쪽 종점인 중앙공원에서 갈아타면 돼요. 지하철 노선이 적으니 우리나라 사람이 지하철을 이용하기란 식은 죽 먹기예요. 이제 지하철 안을 들여다봐야지요? 직원에게 받은 카드식 표를 들고 개찰구를 들어서는데 들어갈 때는 개찰기기 위쪽에다 갖다대면 되고요, 나올 때는 개찰기기에 집어넣으면 돼요. 우리랑 다른 점은 개찰구에는 공짜로 타거나 요금을 속이는 것을 막기 위한 듯 개찰구를 지키는 직원이 늘 있다는 거예요. 지하철 안 좌석은 우리랑 같이 서로 마주보게 돼 있고요. 다만, 우리보다 좋은 건 객실 가운데 통로에 스테인레스로 만든 손잡이 기둥이 있어 서 있는 승객의 불편함을 덜 수 있다는 거예요. 이런 것은 우리도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유럽에서 지하철을 타도 이런 경우는 제법 눈에 띄지요. 아, 그러고 보니 객실 안 모니터는 삼성 제품이군요. 휴대전화인 애니콜 광고도 함께 있네요.
여기서 재미난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요. 중국에서 지하철을 타서 자리에 앉아가기란 정말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중국 사람들은 지하철을 탈 때 내리는 사람이 다 내린 뒤 올라타지 않거든요.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타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그리고 느긋하게 남들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간 백이면 백 서서 가야 해요. 어느 정도 중국 사람들이 빠른가 하면 빈 지하철이 오잖아요. 종점 같은 곳이나 갈아타는 곳 말예요. 그러면 지하철 문이 열린 뒤 불과 2초도 안 돼 모든 자리에 다 사람들이 앉아 있어요. 그 2초 싸움에 뒤떨어진 사람들은 영락없이 서서 가야 하지요. 그러니 중국에서 지하철을 탈 때는 앉아서 갈 생각은 아예 접는 게 좋아요. 그래도 앉아서 가고 싶다고요? 그럼 제가 비법을 하나 알려 드릴게요. 지하철이 들어오기 전까지 미리 줄을 설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그 줄은 다 무너지게 돼 있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느냐? 먼저 지하철이 들어와서 멈추기 직전까지는 느긋하게 뒤에 뒷짐지고 있으면 돼요. 그러다가 지하철이 곧 멈춘다 싶을 때 얼른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이 열리기 무섭게 올라가는 거죠. 그렇게 하면 십중팔구 앉아 갈 확률이 높지요. 어때요? 중국 지하철에서는 앉아가기가 참 힘들겠죠? 그러므로 중국 지하철에서 자리잡기를 한 마디로 나타내보라면 ‘자리전쟁’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어요! 빈자리가 났다 하면 불과 1초도 안 돼 두세 사람이 경쟁하기 때문에 양보란 전혀 없어요. 그러니 이럴 때 보면 중국 사람과 ‘만만디(천천히)’는 전혀 관계없지요. 이럴 때만큼은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더 빠르지요.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이 만단디란 말도 잘못 알려진 게 많아요. 중국 사람들도 일상 생활에선 우리랑 다를 게 별로 없거든요. 하지만 사업을 하거나 어떤 일을 할 때는 우리랑 완전히 다르지요. 무엇이든 빨리빨리 처리해야 하는 우리와 달리 차근차근 해 나가요. 또, 모든 일이 지시와 명령, 통제와 감시에 주로 의존해 이루어지는 우리 사회랑 달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일의 책임과 의무, 권리가 동시에 주어지는 면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식으로 중국을 보고 섣불리 덤벼 들었다간 사업을 망치거나 그르치기 십상이지요. 그 때는 정말 만만디거든요. 보기를 들면 이래요. 회사 일을 보자고요.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위쪽에서 다 결정돼서 내려오잖아요? 결정된 사안에 대하여 누가 그 일을 잘 처리하느냐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지요. 그런데 중국은 달라요. 회사의 주요 정책을 위쪽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내려오기보다는 그와 반대로 아래쪽에서 결정되는 일이 위로 올라가 회사의 정책이 되는 게 훨씬 많아요. 그러니 우리랑 사업을 하는 방식이 무척 다르지요. 그 결과 어떤 일이 제대로 안 되면 우리는 주로 아랫사람을 다그치는 게 앞서지만 중국에서는 그런 일이 드물어요. 오히려 왜 그 일이 안 되는가, 그에 대한 실무 책임자의 대안은 무엇인가 따위에 더 신경 쓰지요. 그 결과 사람들이 어지간하게 일이 꼬이지 않는 이상엔 절대로 서두르지 않아요. 그러니 그런 방식이 우리 눈에는 제대로 비쳐질 리가 없는 거죠. 이렇게 일 처리 방식이 다르다 보니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에 가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하지만 그 방식을 이해하기만 하면 중국은 우리로서는 아주 멋진 시장이 될 수 있어요. 그것도 엄청나게 큰 시장이 될 수 있어요.
날은 어두워지고 지하철은 탔지만 아직 숙소도 잡지 못했으니 은근히 걱정도 돼요. 그렇다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한 터에 호텔로 숙소를 잡는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지요. 그렇게 고민하면서 복잡한 지하철에 있는데 아, 어디선가 우리말이 들리지 않겠어요? 그래 얼른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나라 사람 둘이 같은 지하철에 탄 거예요. 솔직히 고백하면 우리가 일부러 따라 탔지요. 아무래도 현지에 사는 사람들이 값싼 숙박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을 듯해 그렇게 한 거예요. 그래서 한 선생이 다가가 말을 걸어보니 중국에 출장 나온 우리나라 사람들이었어요. 주저 없이 값싼 숙소를 물었더니 아니나다를까 이 곳에도 민박이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게다가 한 사람은 자기 지갑에서 자기는 이제 필요 없으니 가져가라며 한 민박집 명함을 주는 거예요. 그 집이 괜찮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고 말예요. 처음엔 호객행위나 당한 듯한 기분이었지만 이내 참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래 얼른 전화를 해서 방을 잡아 두었지요. 정말 싸고 좋더라고요! 집주인도 참 친절하고요! 이제 잠자리까지 봐 뒀으니 망설일 게 뭐 있겠어요? 더더욱 망설임 없이 상하이를 향해 덤벼들었지요! 그분들과 헤어지고 우리도 우리 목적지에 내렸어요. 상하이수족관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중국 연안에 사는 바다생물로 어떤 게 있을지 기대도 참 되었거든요. 하지만 그 궁금증과 기대는 결국 풀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여행책자에 나온 시간보다 훨씬 일찍 문을 닫더라고요. 그러니 책에 나온 정보가 틀린 거지요. 실제로 여행을 해 보면 우리나라 여행책자에 있는 정보가 다르거나 영 엉뚱한 것이 한둘이 아니에요! 그럴 때마다 여행책자를 새로 쓰고 싶은 충동이 마구 생겨나죠. 이번에는 예외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게 뭐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해서 우리 출판사들이 좀 더 분발해 보다 정학하고 올바른 여행책자를 만들어내기만 바랄 수밖에 더 있나요? 아무튼 헛걸음질 한 게 무척 허탈하고 힘 빠졌지만 곧 마음을 추슬러 수족관 옆에 있는 동팡밍주로 가기로 했어요.
* 음.. 사진기가 그래서 화질이.... --;; 야경이 참 아름다운 곳이죠. ^*^
동팡밍주는 한 마디로 방송사 타워를 관광상품으로 바꾼 거예요. 타워 모양이 썩 빼어나거나 하지는 않지만 보기와 다르게 높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고 세계에선 세 번째라고 해요. 고속엘리베이터가 있어 올라가는 건 순식간이에요! 불과 몇 수십 초만에 올라가니까요! 높이 259미터와 263미터, 350미터에 전망대가 있고, 267미터엔 식당이 있어요. 식당으로 가려면 전망대 아래층에서 표를 먼저 산 뒤 들어가야 해요. 전망대에는 간단하게 기념품을 사는 곳이 있는데 아무튼 상하이 시를 빙 둘러가며 볼 수 있어 상하이를 한 눈에 보기엔 딱 좋은 곳이지요. 황푸 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상하이 야경도 나름대로 운치는 있어 보였어요. 1층에는 관광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타워와 관련된 상품이 대부분이었어요. 타워 모형을 비롯해 타워가 새겨진 컵이나 그릇, 손수건 같은 상품이 많았지요.
* 상하이역사박물관 내부. 영국과의 아편전쟁 당시 아편에 찌든 중국 부호들 모습이에요. 실감나게 해 두었지요? ^^
그런데 여기서 꼭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이 있어요. 바로 상하이역사박물관이에요! 이 박물관은 주로 상하이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내보였는데, 무엇보다 전시구성이 짜임새도 있을 뿐 아니라 무척 사실적이어서 팍팍 와 닿는 느낌이었지요. 제법 넓은 전시관 안에다 작은 마을을 만들어 놓았어요. 진짜처럼 말예요. 그리고 그 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인형으로 잘 꾸며 놓았죠. 그러니 굳이 다른 설명 글이 필요 없을 정도예요! 또, 중국으로 보면 대단히 수치스러운 장면조차 있는 그대로 내보였어요. 만약, 우리 같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도 들었지요. 와이탄에 늘어선 서양 근대건축물들은 하나같이 다 모형으로 다시 태어나 관람객을 맞이해 참 부러웠어요. 우리도 언제 그런 모형으로 우리 전통건축들을 다 모아보나 싶어서 더더욱 그랬지요. 사실 맘만 먹으면, 또는 전시기획자나 담당자가 열심히 노력하고, 예산을 받쳐주면 무슨 일도 못하겠어요? 어려운 처지에서도 잘 해 내는 게 뛰어난 사람이지! 그래서 상하이에서 우리 민속박물관들을 생각하니 그게 참 아쉽더라고요!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생선가게 앞을 지나면 생선냄새가 나게 해 두었고, 잡화점 앞을 지나면 잡화점 상거래 소리가 들리도록 하였고, 광장이나 큰 식당을 지나면 그 안에서 어떤 웅변이나 토론, 집회를 하는 소리가 들리도록 해 놓은 거예요. 그러니 상하이 전통 민속도 내보이면서 그 집안 풍경이나 분위기에 맞게 때로는 소리, 때로는 냄새, 때로는 눈으로 확 와 닿게 전시해 놓았으니 참 부럽더라고요! 상하이 전통을 보면 우리네 전통이랑 어쩜 그리 닮았는지요! 길쌈질하는 것이며, 디딜방아질이며, 닭 기르는 것이며, 대장간 망치질이며, 약재상 모습이 영락없이 우리랑 쏙 빼 닮았어요! 한편, 우리랑 비슷하게 발전해 온 모습이 무척 반갑기도 하고, 한편 서구 열강들에게 침탈 당하는 모습을 보니 그 또한 우리랑 닮아서 가슴 쓰리기도 했지요. 아무튼 이 역사박물관은 그 크기도 적당히 넓어 좋았지만 한번쯤은 누구나 들릴만한 곳이에요!
시간이 너무 늦어 밖으로 나와 와이탄 밤거리를 거닐었어요. 와이탄은 서구 열강들에게 빼앗긴 땅, 다른 말로 조차지 구역에 있는 거리예요. 서구 근대건축물들이 쭉 늘어서 있어 마치 서양 같은 분위기가 펼쳐지는 곳이지요. 여기서 황푸강을 바라보는 맛도 좋고, 동팡밍주 야경을 쳐다보는 것도 좋아요. 아무튼 시간이 너무 늦어 황푸강과 와이탄은 다음에 다시 보기로 하고, 서둘러 시내를 걸어 저녁 먹을 곳을 찾으러 갔지요.
* 이 글은 지난 2005년 10월에 중국을 다녀온 뒤 쓴 글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랑 현지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참고하세요.